9. 봉마케터의 생각

나는 제너럴리스트인가, 스페셜리스트인가.

마켓플레이어, 마케터 봉 2024. 9. 15. 11:46

나는 마케터로 10년 넘게 일했다.

대기업에서 시작하는 마케터는 흔히 말하는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지만, 대부분의 마케터는 제너럴리스트가 된다.

좋게 포장하면 제너럴리스트인 것이고, 사실 잡케터라 부르는 것이 현실이다.

 

마케팅 일을 하다보면 광고, 카피, 프로모션, 콘텐츠 등 기획은 물론 간단하게라도 사진/영상 촬영, 편집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뿐인가? 온라인 마케팅을 하려면 개발 지식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고(SQL, GTM 등), 콘텐츠에 영상 삽입을 하려면, 전환 추적을 하려면, 광고 효율을 올리려면 최소한 개발 용어와 스크립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 외에 데이터 분석을 하려면 빅데이터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거창하게 빅데이터분석을 바로 하기보단, 최소한의 상관관계 분석과 인과관계 분석을 위한 회귀분석 정도는 할 수 있어야한다.

 

이 모든 걸 개인이 하기엔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마케터는 혼자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사실 나도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많다. 여러 업무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지는 것 같고, 물경력만 쌓이는 것 같은 불안감이 컸었다.

 

그리고 솔직히 모든 걸 해야한다는 강박감에 이것 저것 조금씩은 할 줄 아는데, 깊이가 점점 벌어진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노력을 덜하게 되면 뒤떨어지는 게 느껴졌었고, 많은 노력과 고민을 계속해서 했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모든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뾰족한 전문 분야를 가지고, 다양한 폭을 넓혀라.

 

마케터라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마케팅 업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단순히 업무와 관계된 디자인, 개발, 기획 업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경험들이 결국 업무의 스킬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더욱 업종이 다른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나는 전문 분야를 가진 제너럴 리스트다.

사실 나는 기획을 더 잘하고 싶었고, 기획을 하려면 근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근거는 데이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때부터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 때는 데이터분석 전문가가 국내에는 많지 않던 시기였고, 그렇기에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도 모르던 때였기에 나름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확장해나갔다.

물론 최근엔 ChatGPT가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예전엔 상관관계표 하나를 만드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는데, 이제 ChatGPT한테 데이터를 주고 상관관계표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1분도 안되어서 결과가 나온다.

 

솔직히 조금 억울한 감은 있다. 나는 저 상관관계를 만들기 위해 처음엔 엑셀로 노가다를 했었고, 그 다음엔 SQL, 파이썬 언어 등을 배워 시각화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프롬프트 한 줄이면 된다니!

 

하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노가다 작업이 내 업무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줄임으로써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일까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기획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이다.

그리고 더더욱 그 분야를 뾰족하게 갈고 닦기 위해 노력한다.

 

개발언어를 공부하고,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우고, 디자인 감각/능력을 기르는 것은 내 기획의 실현가능성을 알고(개발가능성), 이것의 시장성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데이터분석), 디자인 감각(사진, 영상 등)을 바탕으로 최소한 의견을 낼 수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전부터 고민도 많이 했다.

구글 태스크와 구글 캘린더를 오랫동안 사용했고, 노션, 슬랙도 조금씩 배우면서 익숙해지려 노력 중이다.

최근엔 ChatGPT를 통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도 궁리 중이다.

 

切磨箴規 (절마잠규)
: 열심히 닦고 배워서 사람으로서의 도리(道理)를 다 함.

 

한 때는 할아버지가 정한 가훈이었고, 지금은 내 좌우명이 되었다.

그리고 반짝 공부하는 것이 아닌, 평생동안 공부하며 나의 전문성을 높일 생각이다.

 

단순히 공부가 학습의 의미도 있지만, 교양을 쌓거나, 마음 수양을 하는 것도, 그리고 운동을 하는 것도 공부라 생각한다.

나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나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것.

일종의 메인 캐릭터는 스페셜리스트지만, 부캐는 제너럴리스트인 셈이다.